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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신랑이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로 김 씨 표류기를 들고 왔습니다. 이걸 애들이랑 보려고? 잘 안 볼 거 같은데..라고 말한 게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초집중해서 보더라고요.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연출 방식이 아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가족 간의 많은 대화를 나누며 영화를 즐겼답니다. 오늘은 김씨표류기를 만든 이해준 감독에 대한 소개와 그의 대표작에 대해 알아보고
이해준 감독의 경력
이해준 감독은 서울예대 광고창작과를 졸업했으며 대표작 김씨 표류기부터 예술성이 짙은 영화를 만들어왔습니다. 평론가들에게는 단연 호평만 들려오지만 상업적인 성과는 영 좋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생각해 보면 영화를 홍보하는데서부터 이미 잘못된 느낌이 들었는데요. 천하장사 마돈나(2006)는 제외하더라도 김씨표류기(2009)의 포스터나 광고가 코미디로 시작해서 코미디로 끝날 것 같은 냄새만 풀풀 풍겨 영화가 가진 의미를 전혀 다르게 광고했고 나의 독재자(2014) 또한 코미디물 마냥 광고를 만들어버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선택에서 제외돼버리는 불운을 제공했죠. 광고사 왜 그랬니.. 영화 백두산(2019)은 이해준 감독의 작품 중 좋은 성적을 냈으나 스토리상 추측이 가능한 신파식 전개로 다소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아마 그간 예술적인 부분에 치우쳐서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을 보완하려다 스토리가 그렇게 전개된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하네요. 이해준 감독은 연출가보다는 주로 각본가로 주로 활동을 헸습니다. 그의 초기작으로 아라한 장풍 대작전, 품행제로 등이 있고 끝까지 간다, 골든 슬럼버 등을 각색하는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대표작품
김씨표류기(2009)는 정재영, 정려원 주연의 영화로 영어 제목은 Castaway on the moon입니다. 한국 김씨 표류기가 코미디 장르 같은 느낌이 강하다면 해외 포스터는 코미디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포스터더군요. 마냥 코미디는 아닌 영화라 광고가 확실 아쉽긴 합니다. 아무튼 김씨표류기의 스토리는 한강 다리에서 한 남자가 목숨을 던져 자살시도를 했지만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하면서 살아남게 되고 그렇게 섬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하면서 시작합니다. 오로지 생존과 짜장면을 만들기 목적 달성에 초집중하며 완벽한 자연인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우연히 누군가가 보낸 쪽지가 담긴 와인병을 발견하며 알 수 없는 희망에 설레기 시작합니다. 그 와인병 쪽지의 주인공은 히키코모리 여자로 달 사진 찍기, 타인을 도용한 홈피로 관심받기, 침대가 아닌 옷장에서 잠자기 등 자신의 방 안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녀가 달 사진을 찍다 우연히 밤섬에서 날것으로 살고 있는 그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는 방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됩니다. 사실상 이영화의 제목인 김씨표류기가 의미하는 또 다른 김 씨로 남자는 밤섬에서, 여성은 자신만의 방에서 표류하고 있었던 것이죠. 약방의 감초인 조연의 등장은 영화를 더욱 즐겁게 만듭니다. 짜장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를 지켜보던 여자는 짜장면을 시켜 밤섬으로 배달시킵니다. '진짜루' 중화반점 배달원은 오리배를 타고 배달을 하러 가죠. "배달원은 어디든 가는 게 원칙인데 이건 정말 너무 하셨다"라는 대사에 빵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 짜장면을 결국 먹지 않고 돌려보낼 때 어찌나 짠하던지요. 결국 배달원은 다시 오리배를 타고 여자에게 짜장면을 돌려주러 갑니다. 코미디 요소를 잘 섞어 깊은 여운도 남기는 장면이었는데요. 남자가 그토록 열중했던 짜장면이 눈앞에 도착했는데도 먹지 않고 돌려보냈던 그 감정을 저희 아이들은 이해했을까요? 이 영화는 제가 환갑이 될 때도 한 번 더 보면 그 의미가 또 달라질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남자가 밤섬에서 일군 것들은 폭우로 쓸려나가고 한강 정화작업을 나온 해병대 전우회에게 발견되면서 남자는 강제로 밤섬에서 끌려 나오게 됩니다. 처음 한강으로 뛰어들 때처럼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세상으로 나온 그에게 밤섬은 오히려 자신이 살아갈 이유가 있던 곳이었기에 희망을 잃고 다시 자살기도를 위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자는 밤섬에서 쫓겨난 남자를 만나기 위해 헬맷으로 가렸던 얼굴도 그냥 드러낸 채 대낮에 세상밖으로 달려 나옵니다. 확실하게 생을 마감하려고 63 빌딩을 선택한 남자는 버스에 오르고 여자는 남자가 탄 버스를 잡으려고 달리고 또 달립니다. 버스 안에서 기적같이 둘은 만나게 되며 서로에게 삶의 희망을 전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당시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이미 평론가들 사이에선 호평이었으며 이 영화를 한 번만 본사람은 없을 정도로 두고두고 재탕하며 볼 정도로 잘 만든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인 200만 명에 달하지 못해 참패한 것이지 50만 명을 넘겨 좋은 성적을 냈다고도 볼 수 있긴 하지만 스토리 소재에 비해 50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된 것이 흥행실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제작비를 줄이고 저예산이나 독립영화로 개봉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네요. 해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영화 관련 해외 사이트에 가보면 최고의 한국영화 리스트에 꼭 들어갑니다. CJ가 미국판으로 리메이크를 한다고 했지만 아직은 진행된 게 없는지 조용하네요. 밤섬이라는 공간 자체가 아무래도 영화화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미국판은 어떤 느낌일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나의 독재자(2014)는 1970년대 남북관계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남북간 정상회담을 대비하여 가상의 김일성 역을 맡게 된 무명 연극배우의 일생을 그린 영화입니다. 김성근은 소규모 극단에서 8년째 무명 배우로 지내며 단역에 그치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마찰로 인해 극단을 떠난 그에게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 대역 오디션에 합격하게 됩니다. 완벽한 김일성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주체사상을 지도받고 이따금 받는 휴가와 위로금으로 성근은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 리허설 계획은 통째로 취소되며 성근은 자신이 만든 김일성의 세계에 갇혀버립니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스스로를 여전히 김일성이라 믿는 아버지 때문에 미치기 직전인 아들은 빚 청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 근성을 옛집으로 모셔오고 부자 지간은 조용할 날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이 영화에는 아버지역으로 설경구, 아들역으로 박해일이라는 대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역시나 엄청난 연기를 펼치지만 김일성 소재가 쉽게 즐길 수 없는 소재였는지 흥행은 하지 못했습니다. 백두산(2019)은 이해준과 김병서가 공동으로 연출한 작품으로 김병서는 김 씨 표류기, 신과 함께 시리즈의 촬영 감독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 발생이 되고 갑작스러운 재난에 아비규환이 된 한반도에 이번에는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수 있는 추가 폭발이 예측됨에 따라 남과 북의 이야기를 주인공들과 엮어 나가며 진행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개봉 첫날 45만 명을 기록하면서 개봉 18일 만에 손익 분기점을 넘겼습니다. 이병헌과 하정우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두 배우의 연기가 절정에 달했던 장갑차 회화씬은 각자 따로 애드리브를 연기한 것을 조합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여담으로 실제 백두산이 폭발하면 인근 지역인 중국 일부와 북한 일부 도시에서 엄청난 홍수가 발생하고 백두산 천지에 있는 물이 뻥 터질 때 순식간에 수분이 증발하면서 비가 되어 내리게 되는데 이때 대략 시간당 800mm의 어마 무시한 폭우가 되어 쏟아진다고 합니다. 당연히 화산쇄설류가 주변을 싹 뒤덮어 버리는 건 안 봐도 비디오고요. 영화상세 너는 이런 묘사가 전혀 없고 천지가 나오는 장면은 초반에 잠깐 나오는 백두산 사진뿐입니다. 후반부에 분화 중인 백두산이 등장하나 앞서 말씀드린 것 같은 위협적인 상황은 별로 안 나왔다는 것이죠. 여하튼 백두산 영화는 이해준 감독의 전 작품들과 달리 엄청 난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인기를 끌었지만 반대로 전작에 들어왔던 호평대신 비판이 많았습니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균형
죽음, 단절, 외로움, 절망 등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벼운 코미디를 융합해 칙칙하지 않은 분위기를 잘 만듭니다. 기발한 유머나 화면 연출과 가슴 아픈 현실의 균형을 잘 이뤄 관객들로 하여금 특별한 감상에 빠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죠. 인간의 외로움이나 정체성, 사회적 단절을 탐구하기를 좋아하며 특히 소외된 인물의 묘사에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은유를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섬은 현대사회의 육체적, 정서적 고립을 상징한다면 망원경은 각자의 상황에 갇힌 두 인물을 연결해 주는 거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어낸 이해준 감독의 독특한 서사 접근과 고립된 주체를 공유하는 감성을 지닌 스토리를 선보이여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기여해 왔습니다.